금속 빛을 받아 ‘금’으로 변하다 [표지로 읽는 과학] 경주마가 잘 달리는 비밀 풀었다 2012년 09월 02일 |
이번 주 ‘사이언스’의 표지는 ‘금’빛으로 물들었다. 금색 필름 위에 놓인 금색 구슬들이 빛을 받아 금색으로 반짝이는 것이다. 이 사진은 미국 듀크대 퓨랫 공과대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팀이 실험한 금속 나노 입자 표면에 형성된 플라즈몬 전자기장의 크기를 재는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플라즈몬이란 금속 내 자유전자가 집단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물질의 원자 안에는 핵과 전자가 단단히 묶여 있는 반면, 금속 전자는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이것을 자유전자라고 부르는데, 금속이 전기가 잘 통하는 이유는 이러한 자유전자가 금속 안을 움직이며 전류를 만들기 때문이다. 자유전자는 전기뿐 아니라 빛도 잘 흐르게 해 금속 표면에 빛과 함께 진동하며 표면을 흘러 다른 곳으로 향한다. 이렇게 흐르는 빛이 ‘표면 플라즈몬’이다. 관련 연구진들은 금속 표면에 나타나는 플라즈몬 현상을 이용해 광학 센서나 광학회로 등으로 이용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 듀크대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빛의 세기에 따른 플라즈몬 전자기장의 세기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금 나노 입자와 금 필름의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광학 산란의 최대치를 측정했으며 원자 수준에서 정확도를 입증했다. 스미스 교수는 “우리의 연구는 정교하게 빛의 산란을 조절하기 위한 일종의 로드맵”이라며 “일단 빛으로 금속의 전자기장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최고치를 알면 그 어떤 플라즈모닉 장비의 효율도 계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주 ‘네이처’ 표지는 2004년 열린 ‘란스못 국제 말 대회(Landsmót International Horse Competition)’에 참가해 달리는 경주마와 승마선수의 장면이다. 사진 속에 보이는 말은 아이스랜딕(Icelandic horse)으로, 아이슬란드에서 개발됐으며 작지만 수명이 길고 강하며 독특한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다. 경주마가 표지를 장식한 이유는 스웨덴 연구진이 말의 걸음걸이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DMRT3’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모든 말들은 걷기(walk), 종종걸음(trot․속보), 달음박질(canter․구보), 전속력 달리기(gallop․질주)의 4가지 걸음을 걸을 수 있다. 그런데 아이스랜딕 계열의 말들은 ‘측대속보(側對速步․pacing)’라고 불리는 독특한 걸음을 걸을 수 있다. 측대속보는 같은 쪽 앞발과 뒷발이 동시에 움직이는 걸음걸이다. 아이스랜딕 계열 외에도 미국산 ‘스탠더드브레드(Standardbred)’ 같은 종도 측대속보로 걸을 수 있으며, 이는 특정 종류의 경주에서 유리하다. 스웨덴 웁살라대 유전학자인 레이프 앤더슨(Leif Andersson) 박사팀은 이 독특한 걸음걸이의 비밀을 풀기 위해 70마리 말의 유전체(genome)을 분석했다. 70마리 말 중 40마리는 측대속보로 걸을 수 있는 품종이었고, 나머지 30마리는 다른 걸음걸이를 보이는 품종이었다. 연구 결과 앤더슨 박사팀은 ‘DMRT3’이라고 불리는 단일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모든 말의 걸음걸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일찍 정지돼 길이가 짧은 말일 경우 측대속보로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앤더슨 박사는 “DMRT3 유전자에 변이가 없는 말들은 오른쪽 뒷다리와 앞다리를 동시에 앞으로 움직이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 유전자에 3분의 1 정도로 짧게 코드화된 단백질 변이가 있는 경우 이런 움직임이 유연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와 다리 운동에 관한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생쥐 실험을 추가로 했다. 그 결과 DMRT3 유전자가 다리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척추 신경세포의 정상적인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확인했다. 이 유전자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생쥐들이 네 다리를 조절하는 데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 인간게놈연구소에서 가축유전학을 연구하는 엘리안 오스트란더(Elaine Ostrander) 박사는 “개의 두개골 형성에 관한 유전학 연구가 인간 장애의 원인 유전자에 대한 힌트를 준 것처럼 이번 연구 역시 인간 장애 연구에 기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미 기자 ymkim@donga.com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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